로마 남쪽에 위치한 소도시 파트리카. : CNN 기사 본문 캡처
로마 남쪽에 위치한 소도시 파트리카. : CNN 기사 본문 캡처

 

이탈리아는 시칠리아, 칼라브리아, 풀리아 등 전국 곳곳에서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 주도로 '빈집 1유로 프로젝트'를 도입하고 있다.

CNN은 25일(현지시간) 3000명 미만의 주민이 살고 있는 로마 남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 파트리카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탈리아의 1유로 주택 판매는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관심을 끌었으며 몇몇 외지인들은 인구가 줄어든 일부 마을의 버려진 부동산을 매입하기도 했다.

시칠리아의 무소멜리와 캄파니아의 쭝골리와 같은 마을은 이탈리아로 이주를 원하는 외국인들에게 버려진 주택을 임대하는 데 성공했지만, 일부 지역은 빈 집을 파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중에는 1900년대 초에 버려진 40채 이상의 건물이 방치돼 있는 로마 남쪽에 위치한 인구 3000명 남짓의 중세 시대 외딴 마을 파트리카도 있다.

이탈리아 중부의 사코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바위 고원에 위치한 파트리카는 목가적인 곳이지만, 과거에는 이곳 주민들의 삶은 쉽지 않았다. 많은 지역주민들이 미래를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나면서 수십 년 동안 집을 비워두었기 때문이다.

소멸해가는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마을의 시장 루치오 피오르달리소는 빈 집을 1유로, 즉 1달러가 조금 넘는 가격에 매물로 내놓은 다른 이탈리아 마을의 성공을 모방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렇다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피오르달리소 시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먼저 모든 버려진 집을 매핑(mapping)하고 원래 소유주에게 공식적으로 전화를 걸어 낡은 부동산을 넘겨달라고 요청했지만 단 두 채만 1유로에 팔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오래된 주택을 처분할 때 소유자 또는 상속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그래야만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해당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을 수 있는데, 이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피오르달리소 시장은 "1유로 주택 프로젝트에 참여해 달라는 공개 요청을 보낸 후 10명의 소유주로부터 '긍정적인 응답'을 받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철회했다"며 "나머지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파트리카에서 오랜 기간 방치된 빈 집. : CNN 기사 본문 캡처
파트리카에서 오랜 기간 방치된 빈 집. : CNN 기사 본문 캡처

 

이탈리아의 오래된 마을에 있는 버려진 건물은 욕실, 발코니, 부엌 등 일부 구역만 소유한 여러 상속인에게 분할되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 법에 따라 모든 상속인의 서면 동의 없이는 주택에 대한 어떤 것도 팔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엔 자녀가 토지, 우물, 과수원 등 집의 일부를 상속받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주변의 친척들과 몇 년 후에도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거나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보장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피오르달리소 시장은 "같은 부동산을 공유하는 대부분의 친척들이 개인적인 이유로 서로 갈등을 빚거나 매각에 동의하지 못하고, 일부는 서로 말을 거의 하지 않거나 알지 못하며, 일부는 먼 도시나 심지어 해외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잠재적인 1유로 주택의 처분이 교착 상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엔 과거에 공식적으로 상속인 간에 주택이 분할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소유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소유권이 끊어진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로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해외로 이주한 지 오래돼 성이 다르거나 파트리카의 마을에 알리지 않고 현지 부동산을 외국인에게 물려준 소유자의 후손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이에 대해 피오르달리소 시장은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고 했다.

파트리카가 '1유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팔 수 있었던 버려진 집 두 채는 현지인 두 명이 전적으로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촌이나 증손자와 연락할 필요가 없었고, 아무런 문제 없이 부동산을 팔 수 있었다.

반면 가족 불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친척들은 상속 분쟁과 관련된 법적 문제로 인해 또는 심지어 복수의 형태로 자신의 지분을 팔지 않기로 선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수년 동안 다른 곳에 살았던 원래 소유주들은 지역 당국에 신분이 노출돼 최대 2500유로(연간 약 2730달러, 미납 공과금 포함)의 재산세와 폐기물 처리 비용에 대한 밀린 세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파트리카에서 '1유로 프로젝트'가 실제로 시작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버려진 주택의 상태 때문이기도 하다. 일부 주택은 소유주가 기꺼이 동의하더라도 너무 방치돼 있어 팔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파트리카 지역 주민인 지아니 발레코와 그의 두 형제는 부모님이 버려둔 집을 부동산 시장에 내놓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아보기로 결정했다.

두 형제는 "저희는 반세기 만에 부모님의 집이 완전히 폐허가 된 것처럼 잔해로 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붕과 대부분의 벽이 무너져 내리고 풀과 덤불로 뒤덮인 야외 공간만 남았다. 남은 것은 역사 중심지 한 가운데에 있는 못생긴 정원과 땅 한 평뿐이었다"고 말했다.

이들 형제는 "아무도 이 집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잠재적으로 1유로에 팔릴 수 있는 패트리카의 모든 버려진 주택이 그렇게 끔찍한 상태는 아니며 일부는 잠재적 구매자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피오르달리소 시장은 “미국과 주변 인접국에서 온 외국인 몇 명이 버려진 1유로 주택을 보러 왔었다. 많은 관심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로마 남쪽에 위치한 소도시 파트리카. : CNN 기사 본문 캡처
로마 남쪽에 위치한 소도시 파트리카. : CNN 기사 본문 캡처

 

새로운 계획

최근 파트리카 시 당국은 지역의 일부 고대 저택의 외관을 개조하는 데 자금을 지원하면서 몇몇 지역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방치돼 있던 저택을 완전히 개조해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역 주민인 알렉산드라 파글리아로시는 남편으로부터 물려받은 1950년대 저택을 패트리샤라는 우아한 B&B(Bed and Breakfast.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숙소)로 바꾸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파글리아로시는 "사실상 더 이상 존재하지 않던 지붕과 내부를 새롭게 단장했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청에서 도입한 새로운 세금 감면 혜택 덕분에 쓸모없이 방치돼 있던 건물을 완전히 개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대 지구에서 B&B나 장인 부티크와 같은 상업 활동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폐기물 처리, 광고 및 공공 장소 사용에 대한 세금을 10년간 면제받고 구조 조정 비용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파글리아로시는 "소규모 B&B의 경우 연간 약 1200유로(약 1310달러)의 세금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이는 상당한 금액"이라고 했다.

파트리카로 이주한 뒤 소규모 사업을 시작하려는 외국인도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두 개의 새로운 B&B와 한 개의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인근 세카노 마을에서 부동산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현지 부동산업자 일라리오 그로시는 최근 이민자 가정의 미국인 후손 몇 명이 파트리카를 방문해 부동산을 살펴봤다고 전했다.

그는 이 마을엔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침실 2개짜리 주택이 2만 유로(2만 1832달러)부터 시작하는 매물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로시는 "관심은 있지만, 많은 (외국인) 이들이 실제로 상태가 좋지 않은 오래된 주택을 보고 나면 약간의 수리만 필요한 턴키 아파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피오르달리소 시장은 오랜 기간 방치된 마을의 일부 주택을 매각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전쟁을 치르는 친척들 사이에서 협상을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저작권자 © 제주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