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당근주산지 구좌 방문, 폭염속 속타는 농민과 대화
구좌가뭄대책비상본부 설치․급수비상체계 마련 등 지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29일 당근파종 시기 지속된 폭염으로 시름하고 있는 제주시 구좌지역을 방문해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한 급수난 해결 대책 추진을 지시했다.

원희룡 지사는 이날 오후 당근 파종 후 관수시설을 이용해 급수하고 있는 구좌읍 행원로 당근 농가를 찾아 발아 상태를 확인하며 농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일형 행원리장은 “일부 그늘진 위치에서는 싹이 나오고 있지만 발아 시기가 토양수분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폭염으로 대부분은 싹이 트지 않고 말라버리기 일쑤다”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양수기를 이용해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농촌의 가뭄을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김은섭 당근생산자협의회장은 “농업용수 파이프관이 작기 때문에 가뭄 시 몰릴 때에는 물을 대기 부족한 상황이다. 마을별로 물을 저장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원희룡 지사는 구좌읍사무소에서 구좌읍 마을 이장과 농협 조합장, 농가 등 해당 지역주민들과 대화 시간을 갖고 가뭄 대책마련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했다.

부지성 이장단협의회장은 “지금처럼 가뭄이 지속될 경우 초기 출하량을 소진하지 못하게 된다. 파종시기를 7월초부터 8월 중순까지 분산하지 않으면 여름철에는 트랙터 등 인력이 부족하고, 겨울철에는 출하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문제가 있다”면서 “젊은 사람들은 밤을 새서라도 물을 실어 나르지만 고령농이나 소규모농가, 장비가 없는 사람들은 마냥 하늘만 보며 손 놓고 있는 실정”이라 말했다.

부인하 구좌농협 조합장은 “우선 물빽, 양수기 등 농업 관정을 농가에 지원하고 이미 파종한 당근에 대해서는 특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광호 한동리장은 “마을 단위에서 필요 관정은 좀 더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며 농업용수 관정이 대부분 10년 20년 되다보니 누수량도 상당해 누수탐지 부분도 신경써달라”고 건의했다.

원희룡 지사는 “구좌읍 현장에 가뭄대책비상본부를 설치하고 상주인력을 파견해 유관 부서와 급수 비상체계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원 지사는 “고령농과 소규모 농가를 비롯해 당근 파종에 필요한 급수가 차질 없이 지원될 수 있도록 장비와 인력을 우선 지원하고 소방차나 방역살수 차량까지 총동원해서라도 가뭄 급수해결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당근생산자협의회, 농협, 지역농가들도 당근 적정재배 방안 및 파종시기 일실시 보리, 유채 등 타 작목전환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민·관 모두가 힘을 합쳐 이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현장 방문은 7월부터 8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당근 파종 시기가 도래했음에도 비가 오지 않아 농작물 파종을 미룰 수밖에 없는 농가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급수 지원 및 대책 마련을 위해 추진됐다.

구좌 지역은 도내 당근 재배면적(1440ha)의 83.7%(1206ha)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 지역 가뭄 장기화시 당근 파종시기를 놓쳐 향후 월동무 등 특정 작물 쏠림 재배에 따른 생산과잉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현재 월정, 행원 등 극소수 농가에서 당근 파종이 진행됐으나 향후 2주 이상 비가 없을 시엔 재 파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적정 시기를 놓쳐 20일 이후 파종 시에는 수확량 과 상품성이 30% 정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농가들의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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