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상호, 시평/현달환

▲ 부상호 시인 ⓒ제주인뉴스

술 못하는 벗에겐
물이 대신해 좋다

'물' 윗부분 빙글 돌려
시계바늘 거꾸로 가면
'말'이 되어 오며 간다

벗이여, 널 찾아 앉아
술처럼 섬기고 물잔을
말 또한 물처럼 따르면
물맛
말맛
술맛
살맛까지

섞여
너와 나
가름들 말자
          - 부상호의 '술잔 속엔'

예로부터 술맛을 아는 자는 물이 좋아야 술맛이 좋다고 한다. 술은 인간에게 내리신 최고의 선물인 것 같다. 많은 선물 중에서 술만큼 경건하고 자유롭고 다정하고 허물없게 만드는 것은 드물다. 분위기가 혼자 마음을 달래도 좋고 여럿이서 현재의 심정을 토로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술의 힘인 것이다.

조상에게 예를 다할 적에도 술은 필수품이다. 술이 없는 조상에 대한 예는 무엇인가 빠진 듯한 허전한 느낌이 든다.
또한 선배나 친구나 후배나 이웃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술이 가진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술 못하는 벗에겐 / 물이 대신해 좋다' 누구랄 것 없이 술을 못하면 못하는대로 물로 다스리며 삶의 애로사항을 토로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술이란, 인간이 만든 최고의 소통의 도구라 할 수 있겠다. 그 술이란 것도 과하면 과한 만큼 독이 되는 것이리니, 누구든지 술을 아껴라. 마시는 것도 과하면 독이 된다. 물맛이 술맛이고 술맛이 살맛이라는 작가의 풍류가 부럽기만 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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