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전명순, 시평 /현달환

▲ 전명순 시인 ⓒ제주인뉴스

세상의 염려도 기쁨도
멈추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짧았던 손톱을 길게 늘어뜨리고
낯설었던 것을 익숙하게 만들고
어색한 마음을 편안함으로
비어있던 곳을 채우고
어린 것을 나이들게 만들고
새것이 낡아지고
빵빵했던 것이 사그라들고
좁았던 것이 넓어지고
넓었던 것이 좁아지고

하염엾는
변화를 만들어낸다

           -전명순의 '시간'

요사이 나는 독감 아닌 독감에 시달리고 있다. 감기에 기침에 가래까지 며칠 동안 내가 아닌 상태로 지내고 있다.

병원이랑 약국이랑 몇 번이고 다녀도 변화된 조짐이 없는 것 같다.
그러면서 느꼈다.

병이란 약을 먹어서 낫는 게 아니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약만 먹으면 나을 줄 알았는데 결코 약으로 치유가 안되는 게 있었다.

그렇다.

시간이 필요했다. 아픔도 어느 정도 익숙하고 익어가려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상황이 나아지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이란 걸 이번에 절실히 느꼈다.

어린 것을 나이들게 만들고/새것이 낡아지고/빵빵했던 것이 사그라들고/좁았던 것이 넓어지고/넓었던 것이 좁아지고/하는 그런 역할은 시간밖에 없다는 것을 느껴보는 13월의 겨울이다.

13월의 겨울속의 시간은 나를 그렇게 성숙으로 이끌고 가고 있다.[현달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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