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제주에서 해발 8,750미터 히말라야까지
오프닝 : 2018년 1월 12일(금)오후 6시

▲ 제주해녀 ⓒ제주인뉴스

상명대학교 양종훈 교수 (現 한국사진학회장)는  지난 2일부터 제주 김만덕 기념관(관장 김상훈)에서 포토옴니버스전을 개최하고 있다.

30여년간 ‘사진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으로 기록한 사진들로 준비된 이번 전시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간벽지거나 에이즈로 죽어가는 비극적인 아프리카, 인도네시아의 폭압 정치로 빚어진 동티모르의 아픔 등 사진을 통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희망을 메세지를 전달한다.

특히 어려운 작업 환경 속에서 생업을 영위해 온 대표적인 강인한 제주여성이자 2016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제주해녀 작품도 전시해 문화유산의 가치를 전달한다.

양종훈 교수는 “개선할 수 있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다큐멘터리 사진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이라며 “이 세상에서 병들어 약한 자, 소외 받은 이들이 자신에게 손짓하는 믿음에서 시작한 지금까지의 일을 멈출 생각이 없다.” 며 소감을 전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5일까지 진행되며 김만덕 기념관과 상명대학교 영상미디어연구소에서 주관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에서 후원한다.

▲ East Timor ⓒ제주인뉴스

■사진가 탐방 – 양종훈 (글 윤세영)

늘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고 사진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려 하는 사진가 양종훈 교수(상명대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

그는 한마디로 '행동하는 사진가'다. 그의 남다른 아이디어와 추진력은 한계를 모른다. 시각장애인에게 사진을 가르쳐서 전시회를 여는 ‘발상의 전환’이 대표적인 예다. 남들이 할 수 없다고 말할 때, 그는 말한다. 반드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겁 없는 그의 도전과 지칠 줄 모르는 열성이 ‘양종훈’ 교수를 말하는 키워드이다.

2005년 인구 절반이상이 AIDS로 처절한 삶을 살아가는 스와질랜드의 한 병원에서 만난 AIDS에 걸린 어린 환자.
행동하는 사진가 양종훈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다만 상징적인 수사로 여겼던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는 말을 양종훈 교수는 상징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상황으로 만들었다. 사진 전공 대학원생들을 짝지어주면서 시각장애인들에게 카메라를 나눠주고 사진을 찍게 하여 “마음으로 보는 세상”이라는 사진전을 열었을 때, 감동을 넘어 충격이었다.

‘마음으로 보는 세상(Seeing with The Heart)’은 동아일보사가 주최하는 2007 동아미술제 전시 기획 공모에 당선되어 1000만 원의 전시 지원비와 상금 250만 원을 받고 일민미술관에서 첫 전시가 열렸는데, 그 이후에도 서울시 등의 지원을 받아 지금까지 해마다 열리고 있다.

거의 보이지 않거나 명암만 구별하는 정도의 시각장애인들이 바라본 세상은 어떠할까? 자신이 무엇을 찍었는지도 볼 수 없는 이 행위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람들이 이런 의문을 품을 때 양 교수는 10여명의 시각장애인들에게 사진교육을 시키고 1년 동안 찍은 사진으로 전시를 열었다. 그날만큼은 작가로서 조명을 받는 시각장애인들이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그 모습을 보며 느꼈다. 아, 이것으로 의미는 충분하구나!

▲ Himalaya ⓒ제주인뉴스

해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2009년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사진을 가르치는 교수법을 발전시켜 서울시와 공동으로 점자달력을 제작, 시각장애인의 작품사진집을 발간했다.

“수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이 책으로 인해 24만 명에 달하는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에게 예술 활동이라는 또 다른 인생 기회를 주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가 사진은 시각예술이므로 아무 생각 없이 24만 명을 제외시키고 있을 때, 그는 이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방법을 궁리했다. 그 결과 우리는 해마다 시각장애인이 ‘마음으로 보는 세상’을 함께 볼 수 있게 되었다.

시각예술에서 가장 기본적인 필요조건인 시각의 장애를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의 도전정신은 30여 년에 걸친 작품 활동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초창기에 소아암 환자를 촬영한 “소희야”는 어린이 암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었고, 아프리카 스와질랜드 에이즈 환자를 기록한 “에이즈”, 신생독립국 동티모르를 돕기 위한 동티모르 사진전, 장애우들과 함께 등정

​다큐멘트의 힘

최근 7년 동안 그는 스틸사진과 동영상의 만남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십분 발휘하고 있다.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그가 추구하는 ‘사진으로 세상 바꾸기’를 방송이라는 거대 동력을 활용해 실천하고 있다. 2007년 중반부터 KBS의 “내고향 6시”라는 프로그램에서 그는 전국의 오지를 찾아다니면서 그곳에서 삶을 영위해가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그 장면들이 방송을 통해 전국에 방영되는 한편, 그는 그가 촬영한 사진들로 2011년에 “강산별곡”이라는 사진집을 제작하여 사진과 방송의 보람 있는 만남을 보여주었다.

평생 카메라 앞에서 주인공이 된 적이 없던 사람들이 방송에 소개되면서 그들의 작은 소망까지 실현된 훈훈한 뒷이야기들이 풍부하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 전기가 들어가도록 주선했고, 책이 없는 마을에 책 3천 권을 보내주는 등, 오지마을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부딪치는 어려움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그에 대한 개선책이 모색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 Aboriginal ⓒ제주인뉴스

그는 “개선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는 게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특권(?)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특권이라는 반어법을 통하여 그는 스스로 즐겨 그들의 삶 속으로 뛰어들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들을 사진의 소재와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사진을 그들을 세상으로 끌어내는 도구로 사용하는 양종훈 작가는 어려운 문제일수록 외면하지 않고 정면 돌파한다.

그러한 그의 성격은 항상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다큐멘터리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호주에서 박사학위를 공부할 때에는 호주의 주류가 아닌 원주민들을 소재로 작업했고, 2006년 아프리카에서는 스와질랜드 에이즈 환자를 다큐멘트했다. 이 작업을 통하여 1억 원이 넘는 후원금을 조성해 1년 후에 그가 촬영했던 지역에 자활센터 건립에 도움을 주는 등, 그는 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가게 하는 ‘애프터 서비스’에도 열심이다.

“물론 사진가는 사진을 찍는 것에서 끝나면 되고, 그 다음의 역할은 사회운동가들이 해야 할 몫이겠지만 내가 노력해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거기까지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 그것이 그들을 촬영한, 그리하여 그들과 맺어진 인연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해요.”

덕분에 그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 필요와 공급을 연결하기 위하여 그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동원, 그 관계를 이롭게 이어주려 동분서주한다. 폭 넓은 그의 활동범위와 에너지는 아무도 흉내 내기 어려운 경지에 이르러 있다.

한계에 도전한다

그의 부지런함 때문에 그의 학생들은 덩달아 바쁘다. 선거철에는 더욱 그렇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선거가 있을 때에는 사진 전공 학생들을 각 캠프에 보내 선거운동 과정과 투표당일의 표정까지 촬영하여 개표 다음날에 선거 사진전을 연다.

“사진의 장점이 기록성과 신속성 아닙니까? 며칠 후에 전시를 해도 되지만 가장 생생한 시점에서 선거사진을 보여준다는 것에 포인트가 있습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촬영한 것을 개표 당일에 밤새 고르고 정리하여 프린트하고 다음날 저녁에 전시 오프닝을 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러면 노력만 하면 되잖아요. 학생들에게 그런 점을 가르치려는 것입니다.”

마치 극기 훈련 하듯이 노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보는 것, 그것이 자신과 학생들을 훈련하는 그의 방법이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교수님, 이거 안 되는데요.”다. 그럴 때 그는 되묻는다. “되게 하기 위하여 너는 몇 가지 방법을 써보았느냐?”고.

2005년에 동네 뒷산도 올라가지 않던 그가 해발 5895미터가 넘는 킬리만자로 등정을 촬영한다고 했을 때 무모하다고 걱정했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장애우와 멘토가 함께 하는 등정대를 이끌었고 KBS 촬영팀이 합세한 프로젝트였다. 출발하기 몇 달 전부터 산에 오르는 눈치더니 결국 그는 킬리만자로에서 대원들이 고산증으로 포기할 때에도 기어이 정상에 올라 촬영에 성공했다. 그것이 산과 인연이 되어 2007년에는 히말라야 등정에도 참여, “히말라야 가는 길”이란 사진집을 내면서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촬영했다.

사진으로 행복 만들기

그의 사진들은 사연을 안고 출발한다. 처음부터 목적을 갖고 기획하여 촬영한 작품들로 그는 ‘사진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만들어낸다. 그는 사진이라는 지렛대를 이용하여 세상을 들썩거리게 하려는 것이다. 궁벽하고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도 주인공이 되게 하고, 관심 밖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의 눈에 들어오게 함으로써 함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사회를 꿈꾼다.

“방송 프로그램을 맡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서민들을 만나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었어요. 3년 전에 강산별곡이라는 사진집을 냈는데, 그 이후의 사진들로 제 2탄을 만들고 싶어요.”

상명대학교 교수로서, 학교 홍보실장으로서 학교 울타리 안에만 머물지 않고 더 넓은 세상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세상을 꿈꾸는 양종훈 작가. 작품을 위해 사진을 하기보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사진’을 하는 그는 ‘행동하는 양심’이란 말이 있듯이 ‘행동하는 사진가’이다. 따라서 그의 보폭이 넓어지고 빨라질수록 그가 원하는 ‘사진으로 행복 만들기’는 더 풍부한 결실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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